“별 일이 없다면” 매주 매드타임즈(MADTimes)에 기고 중인 칼럼
사진: Markus Winkler / Unsplash
- 2023년은 다양한 ‘실체’를 목격했던 해
- 2024년은 본격적으로 실체를 ‘체감’하게 될 해
2023년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이슈들을 하나씩 끄집어내 보려고 한다. 가장 먼저 짚을 것은, 지난 5월 발표된 세계보건기구의 코로나19 종료 선언이다. 이미 모두의 마음속에서는 진작에 끝난 이슈이겠지만, 어쨌든 마지막은 있어야 하니까.
본격적으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단연 ‘인공지능’이다. 포문을 연 ChatGPT의 성장 속도가 놀라웠다. 올 초 3월에 GPT 4.0이 출시되더니 5월에는 앱을 출시했고 최근에는 2023년 4월까지의 데이터가 업데이트되었다. GPT뿐만이 아니다. 미드저니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이미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네이버나 구글을 비롯해 여러 회사가 인공지능 서비스를 탑재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인공지능 서비스 사용 경험은 이제 삼삼오오 담소에서도 꽤 빈번한 소재가 되었다.
최근 삼성의 갤럭시폰 S24 홍보를 보니 ‘삼성전자 첫 AI폰’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인공지능 서비스를 앱으로 해결하지 않고 아예 휴대폰에 탑재해 여러 서비스를 자체 지원한다는 게 홍보 내용이다. 세부적인 기능이야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되면 삼성은 휴대폰을 통해 다양한 정보(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휴대폰에 자체 인공지능이 탑재된 세상. 영화 가 떠오른다.
어쨌든 이렇다 보니 조금 우려되는 면도 있다. 아직 시장이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사교육 시장이 들썩인다. 제대로 된 교육을 해주는 방향으로 가면 좋을 텐데. 그러기에는 아직 시장이 제대로 성숙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이용자들을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내모는 듯한 광고가 또 우리를 조급하게 만들 심산이다. 영어 열풍, 빅데이터 열풍, 그리고 이제는 AI 열풍, 내년이 왠지 뻔하다…
진보한 기술의 상용화로 보면 전기차도 만만치 않다. 불편해서 어떻게 타겠느냐는 불안은 온데간데없고 돈만 있으면 전기차를 사겠다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 있다. 비트코인의 성장세도 눈여겨볼 만했다. 비트코인이 달러 등 화폐를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은 잠시 미뤄두고, 여러 국가에서 시행되는 금융 정책들을 보면 활용 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조금씩 일고 있는 것 같다.
기술적 진보만큼 뜨겁게 거론되는 게 경제 이슈다. 코로나19로 시작되어 아직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으니 “경제가 어렵다”라는 얘기 자체에 무뎌지고 있기는 한데, 그럴수록 정신을 차리고 지금의 상황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 분석의 기본은 환경에 대한 이해니까.
또 올해 유독 체감되었던 이슈가 환경에 대한 것이었다. 봄과 가을이 짧아지고 여름은 더 뜨겁게, 겨울은 더 춥게 바뀌는 이상기온으로 변해가는 게 확실히 체감된다. 예전에 만났던 어느 분이 강원도는 세 가지 계절이 있다며, “여름” “겨울” “아주 추운 겨울”이라고 짧게 짚었던 농담이 생각나는데, 요즘은 전국이 마찬가지인가 보다. 바뀐 계절이 체감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체감한 환경 변화는 ‘지진’이다. 올해 초에 있었던 ‘인천 강화군 지진’은 그 규모도 그렇게 크지 않았고 벌써 11개월 정도가 지난 일이고 또 새벽에 일어났지만, 아직 제법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서울에서도 진동이 감지될 정도로 수도권에서 발생한 몇 안 되는 지진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환경의 중요성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이 커피숍 빨대가 바뀌었을 때 말고는 전무했던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그 외에도 여러 스포츠 경기가 한꺼번에 열린 해이기도 하다. 3월의 월드베이스볼, 5월의 U-20 월드컵, 9월의 아시안게임, 11월의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아시안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벌써 2년이 다 되어가고 있고 불과 몇 달 전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했다. 미국과 중국이 싸우는 것도 아닌데 뭐 그렇게 체감이 되느냐 할 수도 있겠지만 들여다보면 경제, 정치, 외교 등 안 닿은 것이 없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사실들을 거론했는데 (물론 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중요한 건 이 모든 이슈가 이전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역이라는 것이다. 내가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든 사회적으로 아직 이슈화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든 관심을 두지 않았던 영역이 관심 안으로 들어온 것. 그리고 그것이 나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 자명한 일들. 과거에도 실체가 있었지만 내가 비로소 체감하기 시작한 것들. 그게 우리가 지난 1년 동안 살았던 2023년이었다고 한다면, 2024년은 그러한 실체를 더욱 본격적으로 체감하게 될 해가 될 것이다.
경제도 본격적으로 나빠질 것이고, 전쟁의 여파도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것이고, 환경에 대한 관심도 본격적으로 제품을 구입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며, 인공지능 서비스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지금의 변화는 감히 예상하기 어렵다. 그러니 대응하기 버겁다. 변화의 한순간 한순간을 주목하고 체감하며 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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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드타임스(MADTimes)(http://www.madtime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