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엠포스 데이터전략실이 광고 운영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 온라인 광고 운영 데이터는 아직도 노다지에 가깝다
- 광고 운영 데이터는 광고 운영을 위해서만 쓰여서는 안 된다
엠포스는 디지털 광고 기업이고 데이터 전문 부서를 꾸린지는 5년 정도가 되었다. 처음에는 빅데이터팀이었는데 어느새 빅데이터실이 되더니 지금은 데이터전략실이 되었다. 빅데이터라는 명칭을 뺀 이유는 5년 전과 달리 빅데이터가 아닌 게 거의 없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휴대폰과 스마트폰을 구분하지 않는 것처럼 요즘은 데이터와 빅데이터 역시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하는 일은 원래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었는데, 하나는 내부 요청에 따라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 요청에 따라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것보다 새로운 데이터나 기존에 활용이 더딘 데이터를 발굴해서 어떻게 분석할 수 있는지, 그 분석이 활용 측면에서 유의미한지, 다른 데이터와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연구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데이터의 종류도 다양하다. 빅데이터 시장 초기에 주로 대표되었던 SNS 언급 내용이나 검색 데이터를 보는 것부터 온라인 광고 운영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들을 다루기도 한다. 가령 구글 애널리틱스에 쌓인 데이터들을 추출해서 성과를 분석한다든가, 기존에 쌓인 데이터가 신통치 않으면 직접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세팅한다.
최근에는 라이브쇼핑에 달리는 댓글을 수집해서 언급 유형을 구분하고 방송 때마다 언급 유형별 추이를 모니터링하며 나름의 기준으로 성과를 측정하기도 한다. 구매 전환이 일어난 수만 개의 검색 키워드들을 늘어뜨려 놓고 전환 성과를 떠나 어떤 키워드와 어떤 키워드의 전환 추이가 비슷한지 본다든가, 유입된 검색 키워드들을 대상으로 단어의 조합을 분석해서 어떤 단어와 어떤 단어가 붙었을 때 효과나 효율이 높은지, 또 최근에 상승세에 있는지 등을 본다.
심지어 전혀 다른 데이터 간의 연계성, 융합을 고민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SNS 상에서의 언급 내용을 분석하고 전환 키워드를 분석하고 애널리틱스를 통해 로그 기록을 분석한 다음 각각의 결과를 합쳐서 현재 브랜드가 처한 상황을 진단해 보는 것이다. 분석된 결과들은 보고서로 구성되어 내부와 외부로 공유되거나 웹 상에서 할 수 있는 대시보드로 구현되어 마찬가지로 내부와 외부로 공유된다. 그리고 공유되는 대부분은 무료 열람이 가능하다.
공유된 보고서 등의 자료를 보고 우리를 찾은 사람들이 꽤 빈번하게 묻는 말이 있다. 그렇게 다 퍼주면 어떻게 돈을 버느냐고. 그럴 때마다 우리 대답은 한결같다. 첫째, 우리는 아직 다 퍼줄 만큼 하지 않았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둘째, 데이터는 하나의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무수한 사례가 필요하다. 많은 사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경험이 쌓여야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돈이 된다. 우리가 무료로 자료들을 공유하면 누군가에 의해 덧붙여 연구된 사례가 쌓일 것이고, 그렇게 업데이트된 버전이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면 우리 혼자 하는 것보다 몇백 배 더 빨리 다른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실, 무료 자료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대단한 비밀이 퍼져 나갈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데이터 분석은 결과를 내는 것보다 과정에서 헤매는 게 훨씬 더 좋은 자양분이 된다. 우리의 결과를 참고하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은 고통의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우리는 그들도 응원한다.
그리고 또 우리가 바라는 것은, 무료로 제공된 자료들을 보고 함께 해보자고 손을 내밀어 주는 회사들이 많아지는 것이다. 우리 역시 우리가 분석한 내용, 가지고 있는 기법들이 다른 산업, 기업 등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례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를 찾는 기업들은 우리와 함께 많은 도전을 한다. 또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의뢰하는 비용은 저렴하다.
우리가 요즘 꽂혀 있는 데이터는 온라인 광고 운영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들인데, 우리는 이 데이터들이 아직 충분히 분석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온라인 광고 운영 데이터는 아직도 노다지에 가깝다. 애널리틱스의 등장으로 (이제는 더 이상 세밀하게 분석될 수 없을 정도로) 이미 솔루션이 다양한 결과를 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애널리틱스로 불리는 솔루션은 범용성을 가진다. 누구나 같은 관점과 방식으로 데이터를 보게 하여야 관리하는 입장에서 수고스럽지 않으니까.
우리가 하는 분석이 온라인 마케팅 분야에서 했던 기존의 방식과 다른 점은 ‘통계’와 ‘비즈니스’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점이다. 코딩에 포함된 통계 말고 원론에 가까운 통계. 온라인 광고를 더 잘하기 위한 비즈니스 말고 마케팅 전반을 더 잘하기 위한 비즈니스.
온라인 광고 데이터는 거의 유일하게 소비자 행동을 담고 있는 데이터다. 온라인 광고 시장은 2019년에야 비로소 50% 점유율을 넘겼는데,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소비자 행동을 이렇게 다양하게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는 아예 없었거나 활용 가치가 매우 낮았던 것 같다.
마케팅 데이터를 오랜 기간 분석하던 입장에서 보면, 이 데이터는 그토록 기다렸던 소비자 행동 측정 데이터인 동시에, 재료 하나하나의 특징도 모르면서 그저 아주 간편하게만 조리 할 수 있는 밀키트가 불쑥 튀어나온 것과 같다.
밀키트를 개봉해서 설명서대로 조리 하는 것보다 안에 들어간 재료 하나하나가 무슨 맛을 내는지, 또 다른 재료를 추가해서 요리해도 되는지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팀을 꾸릴 때 가장 먼저 했던 일은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으자는 것이었고, 지금 우리는 그 ‘다름’을 바탕으로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새로운 작업을 한다.
얼마 전에 부서명이 바뀌었기 때문에 사내에서도 데이터전략의 ‘전략’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건지 종종 물어보는데, 대답하기 귀찮으면 그냥 ‘전력’의 오타라고 얘기하지만, …
진지하게 얘기하면 데이터를 운영하는 전략, 데이터를 활용하는 전략을 연구한다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데이터를 운영하는 전략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다양성과 융합”이라는 기조가 있고, 데이터를 활용하는 전략 역시 세우지는 못했지만, “고정된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실험을 통해 검증하자”는 ‘팀 훈’ 정도는 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전략을 위한 전력은 맨땅의 헤딩이다.
출처 : 매드타임스(MADTimes)(http://www.madtimes.org)